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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학교 소풍..교사들 ‘안전사고 책임 무서워"

13일 충남교원단체총연합회(충남교총)가 교원 2,1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안전사고에 대한 교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교사 78.5%가 현재 시스템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할 경우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어려워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안전사고로 인한 법적 책임 우려'가 73.7%로 가장 많았고, '학생 인솔 및 지도 어려움'이 12%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강원도의 한 테마파크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된 법원 판결의 영향으로 보인다.
2022년 11월, 강원도의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 도중 초등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춘천지방법원은 인솔 교사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대해 교원 99.5%가 '가혹하다'고 응답했으며, 98.1%는 현장체험학습 운영 여부를 결정할 때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러한 법적 부담으로 인해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축소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8.2%는 현장체험학습을 축소 또는 취소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실제 운영 방식이 기존과 동일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43.2%에 달했다. 이는 교사들의 의견이 현장체험학습 계획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는 6월 말부터 시행될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현장체험학습 운영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교사는 53.1%에 불과했다. 개정되는 법안은 교사가 안전의무조치를 다한 경우 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법적 보호책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필요한 지원으로 △인솔 교사의 법적 책임 기준 명확화(57.5%), △인솔 교사 확충 및 전문 안전요원 배치(17.6%), △안전사고 발생 시 법률적 지원 강화(14.9%) 등을 꼽았다.
이준권 충남교총 회장은 "교원의 불안을 담보로 한 현장체험학습은 효과적인 교육 활동이 될 수 없다"며 "교사와 학생 모두가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남지부도 이날 설문조사를 발표하며, 교사의 86.3%가 현장체험학습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현장체험학습의 교육적 효과를 보장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개정되는 학교안전법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교사의 법적 책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결 이후 일부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올해 예정된 모든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학교는 "강원도 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체험학습 일정을 보류했다.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이유로 학생 인솔의 한계를 꼽는다. 교사 1명당 20명이 넘는 학생을 돌보면서 모든 돌발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고, 관리자인 교장·교감은 현장체험학습에 동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판결 이후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 "법적 의무가 아닌 현장체험학습을 교사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강행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다양한 교육 경험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코로나19로 인해 친구들과 공동 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었는데, 이제는 현장체험학습까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오는 6월부터 교원이 안전조치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령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울산의 한 학생수련원에서도 현장체험학습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서 교육계는 당분간 이러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경주 교사노조연맹 정책처장은 "대규모 학생 이동이 필요한 수학여행 방식이 아니라, 교사가 통솔 가능한 소규모 그룹이 방과 후, 주말, 방학을 활용해 청소년수련원에서 안전전문가의 지도 아래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원의 판결과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교육계와 학부모, 교사 사이의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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